Insight No.9 |
호텔 하나가 마을 하나라고?
이탈리아 흩어진 호텔, ALBERGO DIFFUSO
알베르고 디푸소에서는 방까지 가려면 골목을 지나야 합니다 🗝️세스탄티오 알베르고 디푸소(@sextantio)
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, 해발 1,250m의 돌집 마을 산토 스테파노 디 세사니오. 16세기에는 양털을 실어 나르는 길목이라 3천 명이 살았다. 2차 대전 뒤 사람들은 일을 찾아 도시로, 해외로 떠났고 120명이 남았다. 돌집은 하나둘 빈집이 됐다.
이탈리아 북쪽에서는 이미 답이 하나 나와 있었다. 1976년 지진 뒤 카르니아는 집을 고쳐 지었는데 돌아오는 사람이 적어 빈집이 남았고, 1982년 그 빈집에 손님을 재우자는 계획이 나왔다. 이름은 albergo diffuso, 흩어진 호텔. albergo는 호텔, diffuso는 흩어져 있다는 뜻이다. 방은 원래 있던 집에, 프런트에서 걸어서 200m 안에 둔다. 운영은 프런트 한 채가 도맡는다. 1998년에는 법에도 올랐다.
1999년, 오토바이로 산길을 지나던 사업가가 이 마을에 멈춰 섰다. 빈집을 한 채씩 사들였다. 스무 채, 마을의 4분의 1이다. 마을과 약속을 했다. 새 건물은 짓지 않고, 돌벽도 나무 천장도 벽난로도 그대로 두기로. 빈집의 안만 방으로 고쳤고, 이불은 마을 여인들이 옛 문양대로 손으로 짰다. 2005년 문을 열었다. 이름은 Sextantio, 이 마을의 로마 시대 이름이다. 그렇게 호텔 하나의 크기가 마을 하나가 됐다.
프런트는 마을 한가운데 한 채, 방은 골목 몇 개를 지난 돌집에 흩어져 있다. 아침 먹으러, 열쇠 맡기러 하루에도 몇 번씩 골목을 오간다. 골목이 복도고 광장이 로비다. 저녁 식당의 요리사도 마을 사람이다. 같은 골목으로 주민은 집에 가고, 손님은 방에 간다.
조건이 하나 붙는다. 주민이 사는 마을이어야 한다. 빈 마을에서는 이 호텔이 성립하지 않는다. 그래서 빈집만 사들였고, 사람이 사는 집에는 손대지 않았다. 이 방식을 만든 이는 손님을 residenti temporanei, 잠시 사는 주민이라 불렀다.
2008년, UN 개발계획이 이 방식을 성장의 모범 사례로 꼽아 상을 주었다. 협회가 심사해 인정한 알베르고 디푸소만 이탈리아에 150곳이 넘는다. 산토 스테파노에는 지금도 새 건물이 한 채 없다. 돌집도 골목도 16세기 그대로다.
이 호텔에는 관광객이 없다. 잠시 머무는 주민이 있을 뿐이다.
호텔이 마을을 채운 걸까, 마을이 호텔을 채운 걸까.
essence
이 호텔에는 관광객이 없다.대신, 잠시 머무는 주민들이 있다.주민들이 빈집을 다시 채우니,호텔 하나가 마을 하나가 됐다.
what's your nonscale?
조식을 먹으려면 골목을 지나야한다니. 방 밖에서 더 오래 지냈던 호텔, 있나요? 🗝️
#여행 #이탈리아 #세스탄티오 #알베르고호텔 #알베르고디푸소 · 이야기의 장소 Santo Stefano di Sessanio
참고자료 8건 · 사진 출처
- Giancarlo Dall’Ara, “History of the Albergo Diffuso” · “L’idea” (albergodiffuso.com)
- Associazione Nazionale Alberghi Diffusi (alberghidiffusi.it)
- Wikipedia IT, “Albergo diffuso” · Regione Sardegna, L.R. 12 agosto 1998, n. 27, art. 25
- Smithsonian Magazine, “How Alberghi Diffusi Turn Villages Into Hotels” (2023)
- NBC News, “A village is reborn” (2008) · whynow, “The hotel chain preserving Italy’s heritage” (2022)
- Sextantio Albergo Diffuso, Santo Stefano di Sessanio (sextantio.it)
- designboom, “Enso Ango hotel spreads across five buildings scattered throughout central Kyoto” (2018)
- 호텔앤레스토랑, “지역과 상생하는 수평적인 호텔(FLAT HOTEL)” (2019)
사진 출처 · 01·03·05·09 e-borghi · 02 abruzzoinformation · 04 researchgate · 06 kb think · 07 sextantio · 08 academy travel
